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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은 조금 나았을 때 더 나빠지기 쉽고

작성일
2004-06-12 00:00
작성자
홍*운
조회수
1889
첨부파일



요즘 가끔 한 송이씩 베란다에 피는 분꽃

병 소유이 환(病 小癒而 患)




혈당함량이 다소 높다면서 약을 먹으라는 권고를 받아 약을 먹기 시작한지 1년여다. 두 달에 한번씩 병원 가 혈당함량을 재며 약을 계속 먹어왔다. 지난 여섯 달 동안 혈당함량이 정상치를 보였다. 그래도 별 부작용이 없는 약이니 계속 약을 먹으라고 의사가 권했다. 물론 그동안 설탕이 든 음식을 삼가고 밥과 빵 같은 것도 덜 먹으려 마음을 써왔다.


그러다가 최근에는 혈당함량이 정상에 가까워졌으니 덜 조심해도 되겠거니 하고 커피도 권하는대로 사양하지 않았고, 요즘에는 매일 참외도 한 개씩 먹었다. 밤 늦게까지 일 좀 하다가 시장하면 식빵도 한 쪽씩 먹고...


엊 그제 병원에 가 혈당함량을 측정해보니 평소보다 높은 값이 나왔다. 식후이니 이 정도는 괜찮은 편이라고 의사가 말했지만 기분이 덜 좋았다. 그 동안 방심 했던 것이 뉘우쳐지기도 하고...


고등학교 때 우리나라 고문학을 가르치시던 선생님께서 어떤 날 중극 어떤 분의 말씀이라며 가르쳐주신 귀절들이 떠올랐다. "병은 조금 나았을 때 더 나빠지기 쉽고 벼슬이 높아지면 더 높아지려하게 되고..."


공자님의 말씀대로라면 내 나이 이제 이순(耳順: 사람들의 말을 들을 줄 아는 경지에 이름)할 수 있을만한 나이인데 아직도 이다지 경망스럽다니...내게는 필시 홍자(洪子)라 불림받을만한 자질이 없음인가?


홍자라 불림받을만 하지 못하다면 홍생(洪生)이라고라도 불림을 받을 수 있게 근신해야겠다. 참외는 반의 반개만 먹고 설탕이 든 커피는 시양하고, 밤중에는 시장하더라도 차나 한 잔 마시고...꼭 그래야지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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